백수의 사랑이야기-1 (첫대면-아름다운 오해)
===================== 첫 날 ================
백수 :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부터 열심히 나의 이 공간을 꾸며야지.
===================== 다음날 ================
백수 :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부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 법이나 배워야 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생각대로 만화책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 자식이 왠지 한권 책값으로 여러 권 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 그다음날 ================
백수 :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 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챌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아줌마! 여기 라면 하나요."
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졸라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
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 부다...
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 때까지는 할 일도 없다.
또롯또 테잎 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 손 한번 못만져본 숫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졸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 그다음날 * 4 ==============
백수 :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 천원치를 구워 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 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 얼굴을 보더니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 수 없나부다.
그 녀석이 쥐포를 구워 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 그 다음날 * 5 ============
백수 :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 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뽕 맞은 놈 같다.
================= 그담날 * 6 =====================
백수 :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봐야 했었는데...
주인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 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 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 놈이다.
================= 그담날 * 7 =====================
백수 :
아침 문 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 부다.
얼굴에 밥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나 부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 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 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 그담날 * 8 =============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 잠 못잘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 다 껴입었다.
백수 그 녀석이 만화책보다 말고 벌벌 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 보다.
... to be continued(계속)...
몇년전 인터넷을 휩쓴 유머를 재 편집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