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사진/애교·명물·스포츠

마쓰자카의 고시엔 연장 17회 전설의 혈투

사오정버섯 2008. 1. 17. 15:47

마쓰자카의 고시엔 연장 17회 전설의 혈투

 

 

전세계 야구팬의 이목을 집중 시키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마쓰자카 다이스케(27). 시범 경기에서도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올 시즌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까지 점쳐지고 있는데요.

 


일본에서 활약 당시 마쓰자카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단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가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는 최초의 계기이기도 했던 1998년 하계 고시엔 대회 준준결승 대 PL 학원전 250구 투구를 꼽게 될 것입니다.


역대 고시엔 대회를 통틀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이날의 경기는, 요코하마고 에이스 마쓰자카와 명문 PL 학원의 에이스 가미시게가 무려 연장 17회까지 완투하는 대혈투가 벌어졌던 전설의 시합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 자체였습니다.


PL 학원의 승리가 유력했던 상황에서 8회에 극적으로 5:5 동점이 되었고 이후 연장전에 돌입하자 마치 축구의 승부차기를 보는 것만 같은 가미시게와 마쓰자카의 긴장감 맥스의 경기가 이어졌는데, 아무래도 100번 말로 설명 드리는 것 보다 1번 동영상으로 보시는게.. ㅋㅋ



연장 11회초 마쓰자카의 홈 슬라이딩으로 1점을 올리지만 기어코 11회말에 만회 하는 저력의 PL 학원. 16회초에 요코하마고가 다시 1점을 내자 16회말 PL 학원의 도박 같은 주루 플레이(1루로 송구하는 틈을 타 홈인)로 다시 승부 원점. 그리고 17회초 쓰리 아웃이 될 찰나에 나온 유격수의 결정적 실책과 직후에 터진 토키와 료타의 역전 투런 홈런! 마운드에 주저앉은 가미시게와 대비되는 마쓰자카의 17회말 마지막 250구째 삼진 잡는 장면. 정말로 잘 짜여진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보는 것만 같은 10대 소년들의 극적인 승부는 그렇게 끝이 나 버렸죠.



하.지.만.


문제는 그 경기가 결승전이 아니라 불과 준준결승전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헐;;;;



8강에서 너무나 강한 상대를 만나 모든 기력을 소모해 버린 요코하마고(준준결승 인터뷰에서 마쓰자카가 한말: 내일은 던질 수 없습니다)는 준결승 메이토쿠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8회까지 0:6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은 상황에 몰리죠.


바로 그때!

불펜에서 마쓰자카가 피칭을 시작합니다. 이기든 지든 9회에는 자신이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나중에 관계자 인터뷰를 찾아 읽어 보니 당시 마쓰자카의 기세는 감독도 저지할 수 없었다고 하지요.


마쓰자카가 다시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고시엔 구장엔 엄청난 기류가 흐르게 되고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그때까지 완벽한 투구를 보이던 메이토쿠의 에이스 테라모토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며 4 실점.


결국 전날 250구를 던진 마쓰자카가 9회초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대사건(구장에 있는 관중들 완전 열광)이 벌어지고 경기장 분위기에 압도당한 메이토쿠의 타자들 삼진, 볼넷, 병살로 돌려 세우고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심지어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며요!


경기장을 완전히 에워싼 마쓰자카의 위압감은 결국 9회말, 요코하마고가 6:6까지 쫓아간 상황에서 평범한 볼을 2루수가 쫓다가 놓치는(순간 발이 마비된 것 같았다고 함) 어처구니없는 끝내기 실책으로 이어지며 8회까지 0:6으로 뒤지다가 7:6으로 역전승하는 기적을 이루어 내게 되죠.



마쓰자카는 이 날 경기가 끝난 뒤, 0:6으로 뒤지고 있었지만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죠. 무엇보다 여기서 진다면 PL 학원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승전은 기분 좋게 깨끗하게 끝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세이쇼고와의 1998년 제80회 하계 고시엔 대회 결승전!


인터뷰에서 마쓰자카가 깨끗하게 끝내겠다고 말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결국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앞세운 요코하마고는 그해(1998년) 춘계, 하계 고시엔과 국체까지 3연패를 해내는 일본 고교 야구 사상 초유의 위업을 달성해 내며(그해 마쓰자카의 성적은 32승 무패, 29 경기 완투) 특히 고시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대 PL 학원전)가 펼쳐진 하계 고시엔 대회에서 마쓰자카는 6경기에서 782개의 공을 던지는 괴력을 발휘했고 결승전을 무려 노히트노런(59년만에 대기록)으로 깨끗이 마무리 지으면서 차세대 일본 프로야구를 이끌 영웅으로 낙점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after story 마쓰자카의 라이벌


고교 졸업 후 마쓰자카는 프로 드래프트에 참가, 본래 연고팀인 요코하마 입단을 희망했으나 당시 히가시오 세이부 감독이 200승 볼까지 선물하며 공세를 펼치자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프로팀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한 것과 달리 준준결승에서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던 PL학원의 에이스 가미시게는 공부를 더 하겠다며 대학에 진학하죠.


그리고 프로 첫해, 마쓰자카가 이치로를 상대로 3타수 3삼진을 잡았다는 뉴스가 전해지던 무렵. 가미시게는 대학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마쓰자카에게 무언의 시위를 보내며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시켜 놓는데, 이후 고시엔을 주름잡았던 당시 마쓰자카 세대(1980년生)들이 거의 전원 프로에 들어온 상황에서도 가미시게의 드래프트 소식은 들리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에 조사를 해보았더니, 이런 니혼 TV에서 아나운서를 맡고 있네요!


야구 해설자가 아니라 TV 정규 프로그램 아나운서 말입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때 고시엔 대회에서 마쓰자카라는 벽을 발견하고 대학 진학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야구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PL 학원이면 일본 최고의 야구 명문이고 그 팀의 에이스 기량을 갖추었던 최고 선수가 특별한 부상 없이 저런 결정을 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뭐 각자가 택한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이 있겠죠. 어쩌면 그의 활약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그 당시 고시엔 대회의 명승부가 더 강한 잔상을 남기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ㅠ.ㅜ



근데, 고교시절 국제 대회에서 마쓰자카와 수차례 맞짱을 떴던 선수가 바로 백차승 선수죠. 마쓰자카와 달리 일찌감치 메이저행을 택해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었는데 이후 우여곡절이 참 많았고 작년에 뒤늦게 빛을 좀 보나 했더니 올 시즌은 시범경기 부진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네요. 하드웨어는 참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하루 빨리 기량 회복해서 마쓰자카와의 2라운드(메이저 무대에서의) 맞짱 대결을 기대해 봅니다.. ^^



+ 자료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n_my_EXWtic
http://www.youtube.com/watch?v=o8wvxtAWm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