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진/나무·분재

누리장나무[Clerodendron trichotomum]

사오정버섯 2007. 4. 9. 17:46
누리장나무[Clerodendron trichotomum]
마편초과(馬鞭草科 Verbenaceae)에 속하는 낙엽관목.

잎은 마주나며 잎 뒤에 있는 희미한 선점(腺點)들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 잎자루에는 털이 잔뜩 나 있다. 꽃은 통꽃으로 8~9월에 가지 끝에 취산(聚 )꽃차례를 이루며 무리지어 피는데, 연한 분홍색의 꽃부리가 5갈래로 갈라졌다. 수술과 암술은 갈라진 꽃부리 밖으로 나와 있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10월에 진한 남빛으로 익고 붉은색으로 변한 꽃받침 위에 달린다. 7월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는다. 가을에 잔가지와 뿌리를 햇볕에 말린 것을 해주상산(海州常山)이라고 하는데, 한방에서는 기침·감창(疳瘡)을 치료하는 데 쓴다. 추위에 잘 견디며 빨리 자라 정원이나 공원에 흔히 심지만 배기 가스에는 약하다. 뿌리가 깊게 내리지 않으나 길게 멀리 뻗는다. 오동잎을 닮은 잎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취오동(臭梧桐)이라고도 부른다.
glory-bower (Clerodendrum/Clerodendron)꿀풀목(―目 Lamiales) 마편초과(馬鞭草科 Verbenaceae)에 속하며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400여 종(種)의 덩굴식물·관목·교목 들로 이루어진 속.이 속에 속하는 식물들을 영어로는 glory-bower라고 한다. 정원식물로도 많이 심고 있다. 아시아 원산인 클레로덴드룸 스페키오시시뭄(C. speciosissimum)은 키가 120㎝ 정도인 관목으로 잎은 청동색 심장 모양이며 길이가 30㎝이고, 잎들 위로 밝은 주황색 꽃들이 무리져 핀다.아프리카산 목본성 덩굴식물인 클레로덴드룸 톰소나이(C. thomsonae)는 광택이 있고 어두운 녹색을 띠는 타원형의 잎들 사이에서 자라난 작은 가지에 금낭화와 비슷한 꽃이 핀다. 클레로덴드룸 스플렌덴스(C. splendens)는 진한 주황색 꽃이 심장 모양의 잎 사이에서 핀다. 열대지방의 뜰에 많이 심는 클레로덴드룸 스페키오숨(C. speciosum)은 위의 2종을 교배해 만든 종으로, 클레로덴드룸 톰소나이의 꽃과 비슷한 적자색 꽃과 꽃받침잎을 갖고 있다.우리나라에는 누리장나무(C. trichotomum) 1종이 강원도와 황해도 이남에서 자라며, 외국에서 들여온 용엽주를 온실 안에 심고 있다.
 
 

백정 총각의 못다 한 사랑이 담긴 꽃


 

[오마이뉴스 이승철 기자] 아무리 시시해 보이는 나무나 잡초도 저마다 이름이 있다. 지방에 따라 달리 불리는 것들이 많아 두 세 개의 이름을 가진 나무나 풀들은 많은 편이다. 그러나 무려 13개의 이름을 가진 나무는 흔치 않을 것이다
 

ⓒ2005 이승철
서울 강북구 오동공원, 요즘 우리 동네 뒷동산은 누리장나무 꽃이 한창이다. 풀꽃은 그렇지 않지만 8월의 숲 속에서 나무들이 피우는 꽃은 꽃다운 꽃이 별로 없다.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산에서는 어떤 꽃도 빛을 내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뜨거운 폭염 속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누리장나무는 마편초과에 속하는 넓은 잎 떨기나무다. 며칠 전 공원 산책길에서 흐드러진 누리장나무의 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으나 이름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산책길에서 만난 몇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2005 이승철
그렇게 며칠이 지난 엊그제 공원길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이 할머니가 꽃 이름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꽃을 보면서도 쉽게 알아내지 못하던 할머니가 꽃과 잎의 냄새를 맡아보고서야 "맞아 이 꽃, 이 냄새 좀 맡아봐요? 누린내가 나지요? 이 나무가 누리장나무야" 하는 것이었다.

나도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누리끼리한 냄새가 났다. 할머니는 나무의 다른 이름 몇 가지도 더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에 얽힌 전설도 이야기해 주는 것이었다.

옛날 어느 고을에 가축을 잡아 고기를 파는 백정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백정에게 20대 중반의 아들이 하나 있었다. 비록 사회적으로 천대를 받는 백정의 아들이었지만 잘 생기고 매우 똑똑한 청년이었다.

ⓒ2005 이승철
그러나 마땅한 혼처가 없어 장가를 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총각은 이웃 마을에 사는 양가집 처녀를 사모하고 있었다. 우연히 마을 잔치 집에서 일을 거들다가 눈이 마주친 후로 그 처녀를 잊지 못하는 딱한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신분제도가 엄격하던 시절이라 총각은 누구에게 말도 해보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깊어갔다. 백정 내외는 초췌하게 야위어가는 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유를 알아내려고 하였지만 아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말하려 하지 않았다.

총각은 가끔 처녀의 집 근처를 배회하며 얼굴이라도 보려고 하였지만 처녀의 바깥출입이 많지 않던 시절이어서 열 번을 찾아가도 한 번 보기가 어려워 총각을 더욱 애타게 하였다. 그러다가 처녀의 집 근처를 자주 맴도는 총각을 수상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소문이 처녀의 집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2005 이승철
처녀의 부모는 불같이 노하여 지방 관가에 고발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 총각은 처녀에게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관가에 끌려가 심한 매질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관가에서 모진 매를 맞고 백정 아버지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담 너머로 밖을 내다보던 처녀와 눈길이 마주쳤다.

처녀의 연민어린 눈길을 바라본 총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총각은 그날 밤 못 이룬 슬픈 사랑을 가슴에 안고 죽고 말았다. 백정부부는 자식의 슬픈 사랑을 알았기에 처녀가 사는 이웃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길가에 묻어주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처녀는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에 총각의 무덤 곁을 지나게 되었는데 무덤 곁을 지날 때 발길이 얼어붙고 말았다. 도무지 발길을 옮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같이 간 일행은 동생이었는데 동생이 아무리 잡아끌어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무덤 곁에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었다.

ⓒ2005 이승철
놀란 동생은 할 수 없이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과 이웃사람들을 모시고 나왔지만 처녀는 총각의 무덤 앞에서 이미 죽어있었다. 처녀의 부모는 백정부부와 의논하여 처녀의 시신을 총각의 무덤에 합장하여 주었다. 그런데 이듬해 봄 그들의 무덤 위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 꽃을 피웠는데 나무와 꽃의 향기가 누린내 같기도 하고 된장냄새 같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 나무와 꽃의 냄새가 백정의 냄새와 같다고 수군거렸다. 그리고 그 나무의 이름을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누리장나무라고도 불렀고 누리개나무라고도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냄새 맡아봐요? 누린내가 나지요? 이게 백정냄새래요."

할머니가 내게 확인하듯 작은 가지를 뚝 꺾어 내 코앞에 내밀었다.

누리장나무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취오동 또는 향취나무라고도 불리며 전라도 지방에서는 피나무, 이아리나무라고도 불리고 경상도에서는 누룬나무, 깨타리나무라고도 하며 강원도에서는 구린내나무라고 불린다. 또 노나무나 저나무, 개똥나무라고도 불리며 약명으로는 해주상산이라고도 부른다.

ⓒ2005 이승철
잎이나 줄기가 약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봄철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고 한다. 나무가 많이 자라지 않아 보통 2~3미터 정도이며 가지들이 옆으로 넓게 퍼지는 형태다.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서 짙푸른 숲 속에 넓게 퍼져 피어있는 모습은 꽃의 전설과는 달리 상당히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다.

/이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