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의 해인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밝으면서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삽살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멸종위기를 맞았다가 최근 20여년의 복원과정을 거쳐 독도 지킴이로까지 자리잡은 ’삽살개’는 ’귀신쫓는 개’라는 벽사(壁邪)의 이미지까지 갖고 있어 ’좋지 않은 일’이 유난히도 많았던 지난해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더욱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삽살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견으로 자리잡은 진돗개와 달리 굴곡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반영하 듯 평탄하지 못한 내력을 가지고 있다.
신라 때부터 귀족사회에서 길러져 오다가 신라가 멸망하면서 민가로 흘러 들어 키워져 온 우리나라 토종개인 삽살개는 춘향전과 열하일기 등 고전은 물론 민화와 민요 등에도 곧잘 등장하며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조선총독부 기록에 처음 명칭이 등장하는 ’진돗개’와는 달리 삽살개는 훈민정음이 창제된 뒤 1527년 최세진(崔世珍)이 지은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우리글로 ’삽살개’라고 표기되어 있는 등 우리민족과 생활을 같이 해 왔다.
그러나 일제치하 30여년간 내선일체를 내세운 일본이 일본 토종견의 외모와 비슷한 진돗개는 보호하면서 외모가 전혀 다른 삽살개는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제는 삽살개의 모피 이용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한해에 50만마리까지 도살해 멸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또 최근 ’진돗개 보호법’과 비슷한 ’삽살개 보호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민간에도 보급되기 시작한 삽살개는 지난 99년 독도지킴이로 국토의 막내인 독도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일본이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제정하는 등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삽살개가 처음 독도에 들어갈 당시 한국삽살개보존회는 울릉경비대에 기증돼 사육되고 있던 삽살개 4마리 가운데 3-4년생 ’동돌이(♂)’와 ’서순이(♀)’ 한 쌍을 해경 경비정을 통해 입도시켰다.
이후 두 달만에 동돌이와 서순이는 첫 번식에 성공해 현재 독도를 지키고 있는 ’동이(♂)’와 ’몽실이(♀)’를 낳았고, 같은해 10월에도 새끼를 낳았다.
동돌이와 서순이의 번식이 계속되면서 늘어난 삽사리들이 독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 등을 잡아 죽이는 등 말썽(?)을 피우자 동이와 몽실이를 제외한 나머지 삽사리들은 2001년을 전후해 독도에서 반출됐다.
이후 독도에 남겨진 동이와 몽실이는 4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성견(成犬)으로 성장했지만, 인간으로 보면 ’남매지간’이어서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자’의 발현을 막기 위해 아직 번식은 하지 못한 채 독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동이와 몽실이는 독도가 일반에 개방된 지난해 동도(東島) 접안시설(물량장)에서 독도를 찾는 관광객을 가장 먼저 맞아주며 독도가 ’우리땅’인 것을 증명해 큰 사랑을 받았다.
경북대 하지홍 교수는 “일제에 의해 박해 받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삽살개는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기질을 닮았다”면서 “올해가 개의 해인 만큼 삽살개가 민족의 정기를 고양하는 수호동물로 자리 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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