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살어요/유머·황당·엽기

춘양전-현대판 ㅎㅎㅎ

사오정버섯 2007. 3. 2. 16:11


      몽룡 서방님 보셔요.
      서방님 떠나신지도 어느덧 수년이 지났사옵니다.

      저번에 변사또에 관한 일은
      아주 말끔하게 처리되었사오니
      염려를 놓으시고 과거에 전념하시옵소서.

      변사또의 수청은 요행스럽게도
      심청이 때문에 거절할수 있었지요.

      동원 뒷뜰 작은 연못에 연꽃이 피었는데
      연꽃 안에 심청이가 들어있지 뭡니까~
      그 심청이를 변사또가 보더니 바로
      작업으로 들어가더이다.
      고년... 참으로 예뻐졌더군요.

      자기 말로는 용궁에서
      톱상어가 턱시술도 받았다는 둥,
      문어한테 경락 맛사지도 받았다는 둥,
      녹색홍합으로 피부도 좋아졌다는 둥....
      또 경복궁 연못인줄 알았다가 크게 낙담하더니
      거북이를 보고 별주부니 어쩌니하며

      화를 내더니 사뿐히 뒤짚어 놓더군요.

      신구용왕님이 뭍에서 광고를 찍으면서
      돈맛을 알더니 민생을 등안시하여
      경복궁 연못으로 못가고 이리 왔다고
      연못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애가 살짝 돌았나 보옵니다.

      그렇게 몇일을 하염없이 울더니
      언젠가부터 변사또의 마음을 빼았더군요.

      정난정 아시죠?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고 하여튼
      변사또의 정실부인이 되었읍죠.

      그리하여 소녀 춘향이는
      변사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이제 서방님의 과거급제만을 바라며
      열심히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릴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허나 서방님께서는
      이번 과거에서 또 낙방하셨다지요?
      벌써 몇번째인가요?

      제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요?
      이제 부디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길 바라옵니다.

      저도 이제 서서히 지쳐가옵니다.
      그렇잖아도 요즘 황장군이 날마다 찾아와
      구애를 하니 저도 이제 마음이 ....

      황장군은 참으로 의지가 곧은 사람이더군요.
      용모도 준수하고 풍채도 좋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저렇게 일편단심으로
      소녀를 사모하는 것을 보니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듯 하옵니다.

      서방님과의 첫날밤도 개의치않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마음이 넓을수가 있을까요?

      서방님.
      이번에 과거시험이 한번 더 있다지요?
      마지막 한번만 더 믿어보겠사옵니다.
      만일 다시 한번 저를 실망시킨다면

      소녀는 저를 사모하는 사람을
      따뜻한 방으로 불러 들일까 하옵니다.

      이번 과거에 좋은 성과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나이다.

      멀리 떨어진 춘향이로부터





********************



      사랑하는 춘향를 생각하며...

      그대의 서찰을 보니 한시름 놓겠소.
      비록 심청이가 조금 정신이 이상해졌다고는 하나
      참으로 춘향에게는 좋은 친구인듯 싶구려

      과거는 앞으로 보지 않을 생각이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사서삼경을 통달한들

      과거시험에 컨닝행위가 난무하고
      시험관리들이 뇌물을 받아 급제자를 선별하니
      그 무슨 희망이 있겠소.

      이미 아버님이 전재산을 털어
      사과를 가득담은 2만개 상자를 상납했건만
      소용이 없었소이다.

      아무래도 그 상자가 그 상자가 아닌듯하오.
      그덕분에 우리 식구도 근근히 끼니를
      걱정할 지경에 놓이고 말았소.

      참, 춘향이의 아버님이 성참판 아니오?
      비록 그대가 천첩의 소실이기는 하나
      그래도 핏줄은 핏줄이니 아버님께 한번
      연줄을 한번 넣어주셨으면 하오.

      인맥이 최고라오.


      만일 이도 안될 경우를 생각해서
      다른 방도로 비지니스를 할까 하오.
      이제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그 흐름에 맞춰서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오.

      바로 복권이요.
      복권을 팔아서 一에서부터 四十二까지
      번호에 제한을 두고 다섯개를 골라
      맞추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것이오.
      맞추는 사람이 없으면 또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오.


      이름하여 인생대박 노또복권.
      어떻소?
      이러면 이문이 많이 남아 부자가 될수 있을듯하오.

      허나 재산을 뇌물로 탕진한 마당에
      복권을 만들 재물이 어디있으며
      맞춘 사람에게 줄 상금이 어디 있으리오.

      그래서 말인데 춘향 낭자.
      아버님인 성참판에게 사업자금을 융통했으면 하오.
      먼친척으로 봉이김선달이라는 분도 계신 것으로 아는데...
      은자 삼만냥이면 충분히 시작할수가 있다오.


      과거에 붙도록 인맥을 넣어주던지
      사업 자금을 대주던지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해 주시오.

      아~ 참 그 황장군 말이오.
      조심하시오.
      자신의 의지대로 안되면
      죽어서도, 환생을 해서라도 따라다니는
      아주 위험한 스토커이자 궁중악사를 죽인 살인마요.

      (땡중으로 위장한 황장군이오)

      춘향낭자가 사업자금만 땡겨주면
      춘향이를 곧바로 한양으로 옮겨
      살인마 황장군으로부터 무탈하게
      생활할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리다.

      그럼 좋은 소식을 바라오.
      한양에서 몽롱하지만은 몽룡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