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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모아 만든 ‘익살스러운’ 동물들

사오정버섯 2007. 2. 21. 22:44
폐품모아 만든 ‘익살스러운’ 동물들

블록·반찬그릇 등을 입체 민화로…
숨은그림 찾듯 폐품 찾는 재미도 ‘쏠쏠’

미디어다음 / 고양의 프리랜서 기자/catartist@hanmail

플라스틱 옷걸이, 장난감 블록, 반찬 그릇 등 폐품이 모여 익살스런 입체 민화가 탄생했다.
제7회 광주 신세계미술제 수상 작가 서희화는 쓰레기로 매립해도 썩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의 속성을 인간의 ‘불로장생’ 욕망에 빗대 작품을 만든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작품에 사용된 폐품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한 재활용품 민화를 만나본다

◐'닭'◐



◐ '닭발 부분은 로봇 장난감의 발을, 발톱은 사인펜 앞부분을 썼고, 몸통은 공구함을 사용해 만들었다. 날개 부분은 조개 모양 조명등, 자동차, 블록 등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꼬리 깃털 부분은 국기함, 물통, 반찬 그릇, 뚜껑 등을 사용했다.

◐'화조신선장생도-거북이'◐



◐ '몸통에 정수기 물통, 식당 반찬 그릇, 일회용 그릇, 다양한 뚜껑 등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거북의 꼬리 부분은 리코더를 기둥 삼아 일회용 스푼, 포크 등을 붙이고 채색했다.

◐'세발자전거 사슴' ◐



◐ '세발자전거를 기본 몸체로 하고, 주둥이 부분은 화분을 씌워 사슴 모양을 만든 ‘장생-사슴’. 뿔 부분은 장난감 체스를 붙여 뾰족한 느낌을 살렸다. 툭 튀어나온 눈은 페트병 뚜껑으로 만든 것이다.

◐'봉황'◐



◐ '일회용 면도기로 발을 표현했다. 꼬리 중 짧은 부분은 플라스틱 조제약통을 이어 붙인 것이 독특하다. 닭 벼슬 아랫부분을 자세히 보면 마시마로 인형이 붙어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봉황'◐



◐ '빨간색 부분의 몸통은 장난감 차로 만들었고, 보라색 꼬리 부분은 옷걸이를, 핑크색 꼬리털 부분은 케이크 칼을 사용했다. 이 밖에 수도파이프, 조제약통, 기린 블록 등이 사용되었다.

◐'장난감 블록 거북이'◐



◐ '장난감 블록을 다닥다닥 붙여 거북이의 등껍질을 표현하고, 발가락 부분은 장난감 체스를 붙여 만든 ‘장생-거북이'

◐'포클레인 학'◐



◐ '장난감 포클레인으로 몸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한 ‘화조신선장생도-학’. 장난감 블록, 바가지, 다양한 제품 뚜껑, 염색약 통 등을 콜라주 했다.

◐'화조신선장생도-새'◐



◐ '머리는 샤워기 앞부분을 사용해 얼굴과 목에 이르는 부분을 표현했다. 날카로운 부리는 사인펜 앞부분을 잘라 붙인 것이고, 꼬리의 붉은 깃털 부분은 옷걸이 반쪽을 대칭적으로 잘라 붙였다.

◐'화조신선장생도-새'◐



◐ '몸통은 향수통을 사용했고, 꼬리는 요플레 스푼을 붙였다. 머리는 장난감 요요를, 부리는 사인펜 앞부분으로 표현했다.

◐'화조신선장생도-학'◐



◐ '주로 식당에서 버려진 반찬 그릇을 활용한 학 그림은 다양한 원형 모양의 플라스틱 폐품들을 다닥다닥 붙이고, 흰색 물감을 칠한 뒤 검은색으로 날개 깃털을 그려 완성했다.

◐'화조도(부분)'◐



◐ '적한 연잎은 일회용 접시의 일부분을 오려낸 것이고, 줄기는 수도파이프를, 연밥은 물 조리개 앞부분을 썼다. 새의 몸은 장난감 물총을, 부리는 사인펜 앞부분을 잘라 쓴 것이다.'

◐ "플라스틱은 1909년 L. 베이클랜드가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합성한 합성수지를 만들어 양산한 이래 현대인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유리처럼 쉽게 깨지지 않고 가볍고 썩지 않는데다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고 저렴하기까지 하니 애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량생산 위주의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잃은 것도 많았다. 투박한 손맛과 개성이 담긴 공예품이 가격 경쟁에 밀려 가장 먼저 설자리를 잃었다. 또 인공 재료인 플라스틱은 땅속에 묻혀도 썩지 않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서 작가는 현대인의 편리한 삶을 상징하지만 이처럼 부작용도 함께 지닌 플라스틱의 속성에 주목한다. 민화가 서민의 눈으로 바라본 당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값싸고 흔한 재료인 플라스틱이 현대 대중들의 욕망을 대변한다는 점에 착안해 과거와 현대를 교차시킨 ‘플라스틱 폐품 민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학교 4학년 때 환경 문제를 작업 주제로 다루면서 폐자재를 처음 사용한 작가는 민화를 패러디하는 기존 작업에 폐자재를 접목시키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작품을 만들게 됐다.
이 재료들을 어디서 다 구할까 싶지만, 작가의 일상 속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부터 길거리,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지, 약국 앞 등 다양한 공간에서 플라스틱 폐품을 수집한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재료로 만든 작품들은 기발하기 짝이 없다. 버려진 세발자전거는 영지를 입에 문 사슴이 되고, 올록볼록한 장난감 블록이 거북 등껍질로 변신하는가 하면, 장난감 포클레인은 목이 긴 학으로 다시 태어난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폐품들이, 사슴, 학, 거북 등 불로장생의 기원을 담은 민화 속 생명체로 변신한 모습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영원히 바랠 것 같지 않은 화려한 원색과 투박한 형태는 옛 민화가 되살아난 듯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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