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 종-성덕대왕신종 (聖德大王神鍾)
종목 : 국보 제29호
분류 : 유물 / 불교공예/ 의식법구/ 의식법구
수량 : 1구
지정일 : 1962.12.20
소재지 : 경북 경주시 인왕동 76 국립경주박물관
시대 : 통일신라
소유자 : 국립경주박물관
관리자 : 국립경주박물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높이 3.75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며, 무게가 약 25톤에 달한다.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을 만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뒤를 이어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하여 성덕대왕신종이라고 불렀다.
이 종은 처음에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하며, 아기를 시주하여 넣었다는 전설로 아기의 울음소리를 본따 에밀레종이라고도 한다.
종의 맨 위에는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音筒)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동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는 용머리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다.
종 몸체에는 상하에 넓은 띠를 둘러 그 안에 꽃무늬를 새겨 넣었고, 종의 어깨 밑으로는 4곳에 연꽃 모양으로 돌출된 9개의 유두를 사각형의 유곽이 둘러싸고 있다.
유곽 아래로 2쌍의 비천상이 있고, 그 사이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가 연꽃 모양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몸체 2곳에는 종에 대한 내력이 새겨져 있다.
특히 종 입구 부분이 마름모의 모서리처럼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어 이 종의 특징이 되고있다.
통일신라 예술이 각 분야에 걸쳐 전성기를 이룰 때 만들어진 종으로 화려한 문양과 조각수법은 시대를 대표할 만하다.
또한, 몸통에 남아있는 1,000여자의 명문은 문장뿐 아니라 새긴 수법도 뛰어나, 1천 3백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상되지 않고 전해오고 있는 문화재로 앞으로도 잘 보존해야 할 것이다
에밀레종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호기심은 과연 전설의 내용이 사실일까 하는 점일 것이다. 정말로 끓는 쇳물에 어린아이를 집어넣어 만들었을까?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너무나도 잔혹하고 야만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자들은 그 전설이 사실일 경우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도대체 인신공양이 종을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뼈에 들어있는 ‘인(燐, P)’ 성분은 합금을 만들 때 합성을 용이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무쇠나 청동불상 등에도 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뼈에도 함유된 성분인데, 유독 에밀레종만 인신공양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에밀레종의 정식 명칭은 종에 새겨진 대로 성덕대왕신종이다. 성덕대왕은 신라 제 33대 왕이나, 이 사람이 종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 아들인 경덕왕(35대)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을 붙여 종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경덕왕은 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근 20여 년이 지나 결국 경덕왕의 아들인 혜공왕(36대) 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종이 탄생하였다. 성덕대왕신종이 무게가 20톤 가까이 나가는 크고 무거운 것이긴 하지만 제조 기간이 20여 년씩이나 걸렸다면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가 거듭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국 거듭된 실패를 극복하고자 인신공양 같은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 ||
한편으로 에밀레종은 그 독특한 소리 때문에 아기공양 전설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 종은 소리의 여운이 유난히 긴 것으로 유명하다. 종을 치면 그 은은한 여운이 끊어질 듯 작아지다가 다시 이어지곤 하는 현상이 1분 이상 지속되며, 특히 가슴을 울리는 저음역의 여운은 3분까지도 이어진다. 이렇듯 반복되는 여운 소리가 ‘에밀레~ 에밀레~’ 하며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를 탓하며 우는 소리 같다고 해서 에밀레종이란 별명이 붙은 것이다. 아무튼 이런 전설이 신빙성을 가지려면 에밀레종에도 앞서 얘기한 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그 동안 검사 기관마다 엇갈리는 보고가 발표되곤 하였다. 먼저 1970년대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선 에밀레종에서 한 어린아이의 유체 분량에 해당하는 인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1998년에 포항산업과학원에서 분석했을 때에는 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에밀레종의 각 부분 열두 군데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극미량원소분석기’로 분석했지만 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 장비는 시료에 0.0000001% 이상 포함된 성분은 모두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에밀레종에 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전설이 사실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구리가 녹은 물에 사람이 들어가면 비중이 낮아서 위로 뜨기 때문에, 그 유체가 타고 남은 찌꺼기도 다른 불순물 같이 위에 걸러서 없애버렸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에밀레종 전설의 핵심은 종 자체의 소리와 제조 기법의 신비가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에밀레종의 복제품을 두 번이나 만든 적이 있지만, 에밀레종 원래의 그 신비하고 은은한 여운을 재현하는 데에는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 페드로에는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 하기위해 우리나라가 1976년에 기증한 ‘우정의 종’이 한국식 보신각 건물과 함께 자리 잡고 있는데(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 배경으로 잠시 등장하기도 한다), 바로 이 종이 에밀레종을 그대로 본 따 만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서울의 종로 보신각에 걸려있는 종 역시 에밀레종을 그대로 재현하려 한 것이지만, 이 종들은 둘 다 에밀레종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신비한 소리를 전혀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종소리가 갖는 주파수와 화음 등등 여러 가지 항목을 수치화하여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보면 현재의 보신각종은 채 60점이 안 된다. 하지만 에밀레종은 86점이 넘게 나온다. 이밖에 에밀레종과 마찬가지로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상원사 동종은 65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46톤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유명한 중국의 영락대종은 40점 대에 머무를 뿐이라는 것이다. 왜 에밀레종의 소리를 재현하는 일은 어려운가? 현대 과학은 합금의 성분비와 질량, 무게중심 등등 여러 가지 물리적 특성을 정확히 측정하고 계산해낼 수는 있지만 결국 그것을 그대로 복제해 내는 기술을 밝히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에밀레종에 바쳐진 20여 년의 세월과 아기 공양 전설까지 낳게 한 옛날 선인들의 정성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박상준-과학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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